돌이 지날 무렵 앓은 뇌성마비로 목발에 의지하게 됐다.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연극 활동에 매진하던 중
스물여덟 살에 사고로 머리를 다치고 휠체어에 의존하게 된 뒤 공부해 고입·대입 검정고시 패스는 물론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후 다큐멘터리 제작에 흥미를 느껴 촬영 작업에 열심이다.
'장애인이 직접 장애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진실된 것'이라는 믿음으로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으며, 8년간 사랑을
키워온 재년씨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제제에게 가는 길'(박배일·강우영 공동 연출. 제제는 우영씨가 재년씨를 부르는 애칭이다)을 만들었다.
재년과의 사랑은 2003년에 시작됐다. 장애인직업전문학교에서 공부를 지도하다가 사랑의 감정이 싹텄다.
띠동갑이라는 나이 차와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몸 상태를 극복하고 알콩달콩 사랑을 키우면서 그녀와 함께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다.
한 달에 한 번, 한정된 곳에서만 만나야 하는 데이트를 얼른 끝내고 언제나 함께 있고 싶은 열망으로 시작된 프러포즈. 마흔이라는 나이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녀의 답은 들을 수 없었지만 프러포즈는 계속됐다.
"오빠가 다 책임질게", "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게", "나만 믿어라"라고 몇 번이고 외쳤다.
그에게 결혼은 '행복한 미래'이자,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홀로서기를 위한 필연적 과정'이었다.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다. 내성적이지만 명랑함을 잃지 않는 성격. 데이트하는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 도시락을 싸는 등 부지런을 떨었다.
스물셋이 되던 해에 처음으로 들어간 직업학교에서 만난 우영은 든든했다. 때론 오빠처럼, 때론 아빠처럼 이것저것 챙겨주는 그의 친절함이 좋았다.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평생을 함께해도 좋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프러포즈를 받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결혼이 현실로 다가오자 핑크빛 환상이 걷히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결혼은 낭만적인 이벤트가 아니었다. 둘이서 알콩달콩 꾸릴 가정에 대한 설렘도 잠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아내'와 '며느리'라는 역할에 부담이 느껴졌다.
장애인 부부의 삶을 걱정하는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도 자꾸만 의식됐다. 자신도 잘 가누지 못하는 몸으로 결혼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겁이 났다.
그래서 좀처럼 답을 주지 못했다. 결국 저돌적인 구애에 못 이겨 결혼을 결정했지만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재년에게 결혼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삶'인 동시에 '헤쳐나가야 할 또 하나의 두려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