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할머니 아들로..조손가정 소녀 아버지로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훨씬 행복 하답니다.”
‘불의’를 보고 못참는 것이 아닌 ‘불우한 이웃’을 보고도 참지 못하는 경찰이 있다.
용인서부경찰서 김종철(54·경위) 경무계장.
그는 용인지역의 불우청소년과 독거노인들에게는 경찰보다 아버지, 아들로 불리어지는 일이 더 많다.
김 경위는 지난 10년 동안 경찰대학교과 용인경찰서에서 일을 하면서 시내 독거노인들과 불우청소년들을 지속적으로 보살펴왔다.
혼자시는 노인들에게 사비를 털어 생필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말벗을 마다하지 않는 등 아들 역할을 해왔다.
또 청소년 범죄예방 교실에서 알게 된 청소년들에게는 상담과 학습지도 활동을 펼쳐왔다.
그에게는 ‘늦둥이’ 딸이 한명있다.
김 경위는 지난해 7월 구성파출소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알게 된 김모(9)양을 딸로 생각한다.
파출부 일을 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어렵게 생활하는 김양에 대한 김 경위의 애착은 남다르다.
평소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불량 청소년이 되는 과정을 너무도 잘아는 그는 범죄예방교실에서 김양을 알게됐다.
할머니와 단둘이 어렵게 생활하는 김양의 사정을 알게된 저녁 그는 마음먹었다.
“이 아이를 늦둥이로 생각하고 딸처럼 보살펴야겠다.”
김 경위는 이같은 마음으로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김양을 보살피고 있다.
처음 마음을 열지않는 김양을 대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는 매일 김양을 진심어린 따뜻한 마음으로 대했다.
눈높이를 맞추자 김양은 마음을 열었고, 지금은 오히려 김양이 김 경위를 아버지로 생각할 정도로 살가운 사이가 됐다.
김 경위는 김양에게 필요한 생필품 등을 사주고 공부를 가르쳐 준다.
이뿐 아니다. 김양의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고 가 할머니의 건강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아버지 역할 뿐 아니라 아들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에는 김양의 학습을 위해 노트북도 한대 장만해 주었다.
그는 “받는 마음 보다 주는 마음이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딸에게 고마울 따름” 이라며 “노트북을 받을 때 환하게 웃던 김양을 생각하면 힘이난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최근 업무가 너무 바빠 늦둥이를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쉽다”며 “지금도 주위를 둘러보면 안타까운 사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많이 있는데 경찰관이라서가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능력이 되는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이처럼 남에게 베풀며 살기 시작하게 된 것은 10여년전 한 할머니와의 인연이 시작되면서 부터다.
김 경위는 1997년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중 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쪽방촌을 찾았을 때 거동이 불편한 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소식이 끊어진 수배자 아들 때문에 정부의 지원 조차 받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할머니를 보고만 있을 수만은 없어 동료 형사들과 함께 매주 할머니를 찾아가 생필품, 이불 등을 지원하고 말벗이 돼 드렸다.
첫 봉사는 김 경위에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만큼 큰 행복인지 처음 알게해줬다.
그는 1998년 경찰대학 근무 시절 봉사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동아리를 구성해 이천시의 장애인 시설 3곳에 정기적으로 방문,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후 용인서로 발령받은 후에도 용인경찰서 청렴동아리 ‘에버그린’의 봉사활동을 조용히 뒤에서 지원해 왔다.
김 경위는 결식아동들에게도 매월 급식비를 지원해 주고있다. 또 청소년들에게 상담과 학습지도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어린 친구들이 가슴에 상처받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마음 때문에 용인지역 어려운 이웃들은 따뜻한 겨울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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