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흡수통일한 이후를 그린 '국가의 사생활' 등을 통해 발칙한 상상력을 뽐낸 작가 이응준(42)씨가 이념의 철조망을 넘어선 여야 국회의원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장편소설 '내 연애의 모든 것'을 펴냈다.
국회에 유이(唯二)한 미혼이 있으니 '진보노동당' 대표 '오소영 의원'과 법조인 출신 '새한국당' 국회의원 '김수영이다. 얼추 여자는 통합진보당 소속, 남자는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같은 설정이다.
두 사람은 결혼 적령기를 조금 지났다는 점만 살짝 눈감아 주면 인물 좋고 능력 있는 선남선녀다. 이들은 언론법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정면으로 충돌한다. 결국 오소영이 김수영의 머리를 소화기로 폭행하면서 사단이 났다.
정치부 기자 선정 우수 국회의원 1위와 2위로 평가받아 온 두 사람은 폭행사건 때문에 고소·고발 직전까지 간다. 국가관과 세계관이 서로 다른 소속 정당 탓에 사사건건 대립하는 두 사람은 국회의원이라는 정체성에 회의를 느껴 의원직을 사퇴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끝없이 밀려오는 새로운 국면에 휩쓸려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다.
이씨는 김수영과 오소영이 만나는 순간들을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가 당면한 문제를 예리하게 짚는다. 동시에 정치의 허상을 통해 사랑의 진실을 보여준다. 정적으로 대변되는 양극단의 인물을 사랑하게 만든 이유는 "사랑이란 자신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을 그 상태 그대로, 두 사람 모두 있는 그대로 기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미국 팝스타 스티비 원더(62)의 말을 빌려 "나는 단 한 번도 사과를 본 적이 없다. 그저 만져 보고 맛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사과가 뭔지 알 것 같다"고 강조한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저 만져 보고 맛볼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시인이자 소설가, 영화 각본가, 감독으로 활약 중인 이씨는 소설 '삼국지'와 '이방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한 셰익스피어의 희곡들, 성경 등 많은 작품들을 인용하면서 정치와 사랑과 인생을 패러디한다. 진부한 아포리즘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시적 언어와 소설적 구성, 영화적 감각을 통해 지루함을 덜어낸다.
극작가 겸 영화감독 장진(41)씨는 "김수영과 오소영으로 대변되는 이 사회의 이분법적인 기호를 이응준은 조금의 주춤거림도 없이 과감하게 뭉개 버린다. 방식은 '사랑'"이라며 "이응준은 그저 그의 꿈을 그렸고, 독자는 어쩔 수 없이 그 꿈에 동조하게 된다. 변명은 간단하다. 사랑한다는데 어쩔 것인가"라고 읽었다.
이씨는 "거대한 벽 앞에 홀로 서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며 "그 거대한 벽을 박살 내는 법까지는 못 가르쳐 줘도 그 거대한 벽 앞에서 맘껏 웃을 수 있는 방법은 알려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망치를 들거나 폭탄을 제작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바랐다. (340쪽, 1만1500원,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