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무더운 날씨가 시작되며,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뜨거운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한 ‘선크림’.
특히 여름 휴가객이 몰리는 해수욕장 등 바닷가의 경우, 유난히 선크림이 많이 사용되는 곳이다. 물에 씻길 때마다 덧바르는 탓에, 선크림 1통을 다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모든 바닷가가 우리나라와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 태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바닷가에서 선크림을 발랐다는 이유로 ‘수백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는 자외선 차단제에 널리 쓰이는 성분이, 바닷물에 녹아 들어가 ‘해양 오염’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
쓰레기를 버리는 수준의 오염이 아니다. 해당 성분은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산호’들에게는 ‘독’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선크림이 해양에 유해한 성분을 포함하는 건 아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유기’ 성분과 ‘무기’ 성분으로 나뉜다. 문제는 유기 성분, 즉 ‘화학적 자외선 차단 성분’으로 알려진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 ▷옥토크릴렌 ▷4-메틸벤질리덴캠퍼 등이다.
문제 성분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은 ‘옥시벤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에 따르면 옥시벤존 성분은 산호의 DNA를 손상하는 내분비계 교란물질 역할을 한다. 물질이 산호 조직에 축적돼 백화 현상을 일으키거나, 어린 산호의 죽음을 유발할 수도 있다.
피부에서 조금 씻겨 나간 선크림이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국제산호초이니셔티브(International Coral Reef Initiative, ICRI)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최소 6000톤에서 최대 1만4000톤에 달하는 양의 선크림이 바다에 유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방문객 1000명이 한 해변에서 선크림을 바르고 물놀이를 할 경우, 하루 약 35kg 이상의 선크림 성분이 해양 환경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개인으로 따지면, 유입량이 많지 않지만, 전체 이용객으로 인한 유입량이 쌓이면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옥시벤존의 경우 극소량만으로도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1만6250톤의 물에 단 한 방울의 옥시벤존만 녹아 있더라도, 산호 등 해양 생물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선크림으로 피해를 보는 산호의 죽음은 곧 인근 해양 생태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인류가 현재까지 발견한 해양생물 약 3분의 1이 생존 과정에서, 산호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 유엔환경계획(UNEP)은 산호초가 해저 면적의 1% 미만을 차지하면서도 해양 생물종의 최소 25%를 지탱한다고 설명한다.
그렇지 않아도, 기후변화로 인해 산호가 죽을 위기에 처하는 ‘백화 현상’이 전 지구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열 스트레스에 노출된 산호초만 전체의 84%에 달하는 상황. 선크림 유입으로 생존 환경이 악화될 경우, 백화 현상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가 실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일부 해수욕장에서는 유해 성분이 포함된 선크림을 사용하거나 반입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태국은 지난 2021년부터 해양국립공원에 옥시벤존 등 성분이 포함된 선크림 반입을 금지하고, 발각될 경우 약 10만바트(460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마야베이, 피피섬 등 인기 해양국립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실제 벌금형이 집행될 수 있다는 경고를 지속 고지하고 있다. 아울러 산호초로부터 최소 2미터의 거리를 유지하고, 산호를 만지거나 밟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