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에 교회를 개척한 김 목사에게 고민이 하나 생겼다. 찬송가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음치 때문이다. 설교가 끝나면 성도들이 은혜를 받고 감동이 있다. 그런데 찬송가만 부르면 성도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본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한 성도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저… 목사님, 혹시 음치세요?”
그 후부터 김 목사는 큰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를 수가 없었다. 설교는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지만 찬송가를 부를 때면 식은 땀이 다 날 정도다. 음치교정 학원에 다녀볼까 했지만 정말 나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혹여나 성도들이 알게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발만동동 굴렸다.
주식회사 ‘가온다’의 곽상엽(37) 대표. 찬양사역자이기도한 그는 여러 교회에서 찬양을 인도하며 김 목사와 같은 고민을 가진 많은 목회자들을 봐 왔다. “마음은 누구보다 큰 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을텐데…”
곽 대표는 대학시절 음악을 전공하면서 유독 청각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미국 UCLA에서 인지음향을 연구한 그는 오랜 연구 끝에 음치는 노래를 못 ‘부르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못 ‘듣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음치인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자기가 음치인 줄 몰라요. 남들이 음치라고 하니까 아, 내가 음치구나 하는 거죠. 내가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 듣지 못한다는 이야기거든요. 결국 음치를 치료하려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본인이 스스로 알도록 해야 해요.”
그래서 곽 대표가 개발해낸 것이 바로 휴대용 음치교정기 ‘뮤박스(Mubox)’다. 흘러나오는 반주에 따라 노래를 부르면 실시간으로 화면에 어떤 음을 잘못 노래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귀로 듣지 못하는 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이치다.
“음치는 청각신경이 장애를 일으켜 발생하는데, 이는 반복적인 학습으로 치료가 가능해요. 의학용어로 신경가소성의 원리라고 하죠. 내가 노래를 어떻게 잘못 부르고 있는지를 알고 고치려고 하면 고쳐진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음치는 귀로는 자신이 어떻게 노래를 부르는지 알 수 없으니까 뮤박스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거에요.”
곽 대표가 뮤박스를 만드는 데 꼬박 2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4명의 석박사급 엔지니어들과 10명 이상의 디자이너들이 투입돼 최첨단 음성인식 디지털 학습기 뮤박스가 개발한 것이다. 곽 대표는 들고 다니기에도 편하고 보기에도 예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고 했다.
“뮤박스는 마치 개인음악교사와 마찬가지에요. 목사님들께서 책상에 앉아 설교를 준비하시다 잠시 뮤박스 반주를 틀고 오늘 부를 찬송가를 연습하는 거죠. 아마 성도들 앞에서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르실 수 있을 겁니다.”
문의) 02-3142-3132 (주)가온다/
www.mubox.co.kr
/박기표 기자(kipyo123@ kucib.net)
기사게재일: [2006-01-23 오후 8:08:15]